유럽 수입시장 1위 오른 K뷰티, 8월에 규제 청구서를 받는다
상반기 수출 70억 달러, EU 수입 점유율 21.7%로 미국을 제쳤다. 7월 INCI 개정과 8월 12일 PPWR 시행이 겹치면서, 유럽에 자기 법인을 두지 않은 브랜드부터 부담을 떠안는다
Saint Clair Global · 마켓 인텔리전스 | 2026년 7월
핵심 요약
2026년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27.3% 늘어난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이다. 한국은 이제 EU가 수입하는 화장품의 최대 공급국으로, 그 점유율은 21.7%에 달한다. 그런데 7월부터 8월 12일 사이, 유럽에서는 세 갈래 규제 변화가 한꺼번에 겹친다. 성분 사전 개정, 포장재 규정, 그리고 CMR 물질 퇴출 가속이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의 관건도 달라졌다. 수요는 이미 충분히 입증됐고, 이제는 규제 대응 능력이 브랜드의 성패를 가른다. 특히 유럽 현지의 규제 신고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겨온 브랜드가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상반기 70억 달러, 성장의 축은 스킨케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 2일 내놓은 상반기 집계를 보면, 시장의 양상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수출액은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3% 늘었고, 분기별 증가세도 꺾이기는커녕 더 가팔라졌다. 실제로 1분기 31억 달러에서 2분기 39억 달러로 올라섰고, 6월 한 달에만 13억 4000만 달러를 수출해 여덟 달 연속 증가를 이어갔다.
그런데 총액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구성이다. 기초화장품이 상반기 수출의 54억 8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25.0% 늘어난 반면, 색조화장품은 4.2% 줄어든 7억 2000만 달러, 목욕·세정용품은 20.6% 줄어든 3억 4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로써 2년 가까이 이어진 논쟁도 정리됐다. 시장은 오랫동안 K뷰티 수출 호황을 값싸고 교체 주기가 빠른 신기성 제품 덕으로, 즉 재구매 기반이 취약하다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상반기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성장을 이끈 것은 매일 바르는 스킨케어로, 재구매가 가장 꾸준하고 가격대가 가장 탄탄한 품목이다. 반면 일회성 제품은 오히려 줄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가속이 가장 가파른 곳은 유럽이다. 상반기 대영국 수출이 150.6%, 네덜란드가 220.4%, 폴란드가 72.8% 늘었다. 1년 전만 해도 유럽 국가는 한 곳뿐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의 10대 수출 대상국에 세 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특히 6월 한 달 대EU 수출은 78.9%나 늘었다.
1위의 그림자, 쏟아지는 서류와 단속
코트라 브뤼셀무역관에 따르면, 2025년 EU 화장품 수입(HS 3304)에서 한국은 21.7%를 점유했다. 수입액을 4억 달러가량 늘리며 19.7%에 그친 미국을 앞질렀다. 아시아산 수입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미국·영국·스위스에서 들어오는 물량은 줄고 있다.
시장 1위가 되면 규제 당국과의 관계도 달라진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들은 틈새 수입품에 머물던 시절에는 없던 규모의 모니터링 공문과 증빙 자료 요구를 받고 있다. 점유율이 오른 만큼, 유럽 경쟁사와 소비자의 고발도 함께 늘었다. 회원국 세관은 EU 역내 책임자(Responsible Person, 이하 RP)의 위임장 공증에 더해 안전성 평가사 이력서 공증까지 요구하기 시작했고, 한 매장은 사용기한을 유럽 방식이 아닌 한국 방식으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었다.
성장과 함께 회색지대 물량도 늘었다. 인증도 없고 지정된 책임자도 없이 아마존 등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이미 브뤼셀의 실질적인 단속 대상이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평판 손실은 업계 전체가 함께 떠안는다. 무인증 화물이 유럽 세관에 한 건이라도 적발되면 그 여파가 품목 전체로 번지고, 그 품목의 최대 공급국이 바로 지금의 한국이기 때문이다.
성분·포장·유해물질, 세 규제가 한여름에 겹친다
우선 7월부터 개정 INCI 성분 사전(규정 2025/1175)이 의무 적용되고, 향료 알레르겐 표기 대상도 82종으로 늘어난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 중인 브랜드라면 포장을 전면 수정하거나 원료를 대체해야 하는데, 인쇄에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일정이 빠듯하다.
다음으로 8월 12일부터는 EU 포장재·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본격 적용된다. PFAS와 중금속 농도가 제한되고 추적성 요건이 더해지며, 포장재 협력사로부터 적합성 선언서(DoC)를 받아두어야 한다. 여기에 회원국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등록까지 따라붙는다. 진출하는 나라가 늘수록 행정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끝으로 유럽의회와 이사회는 CMR 물질(발암성·변이원성·생식독성물질) 퇴출 유예기간을 6~12개월 단축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종전 기준으로 짜둔 재처방 일정도 그만큼 압축된다.
세 가지 모두 서류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이 비용은 매출 지표에 잡히지 않고 원가와 법인 구조에만 얹히기 때문에, 앞으로 두 분기 동안은 수출 통계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승부는 법인 구조에서 갈린다
K뷰티의 유럽 진출을 뒷받침한 유통 구조는 속도에 맞춰 설계됐다. 신생 한국 브랜드는 국경 간 판매를 대행하는 크로스보더 셀러와 중개업체를 거쳐 유럽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매장 운영과 통관은 물론 CPNP 등록까지 이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는 제품을 공급하고, 규제 서류는 이들이 대신 제출한다. 그러나 그 서류가 곧 법적 책임으로 바뀌는 순간, 이 편리한 방식은 그대로 위험이 된다.
이번 여름 시행되는 규제에서 RP는 규제 당국이 직접 상대하는 주체이자, 세관이 촉박한 시한을 걸어 공증 서류를 요구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물류 중개업체의 책임자를 빌려 쓴 브랜드는 규제상 지위까지 함께 빌린 셈이다. 재처방 일정도, 포장 사양도, EPR 등록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계획 단계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단속 현장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문제는 이 지점이 비어 있다는 점이다. 중개업체와 유럽 현지법인 사이, 곧 한국식 기업 지배구조와 유럽의 소매 규제를 동시에 소화하는 중견 브랜드 관리 사업자가 거의 없다. 그동안 한국 본사는 서울에서 지표만 보며 유럽 사업을 관리하다가, 수요가 몰리면 제3자 물류센터로 물량을 넘기며 대응해왔다. 그러나 8월부터 부과되는 규제 의무는 이렇게 넘길 수 없다.
이제 실사는 서류를 묻는다
거시 지표는 봄에 예상했던 것보다 오히려 견고하다. 상반기 70억 달러, EU 수입 점유율 1위, 고객 유지율이 가장 높은 품목에 집중된 성장, 여기에 지금 속도가 유지되면 연간 137억~14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전망까지 더해진다. 수요 자체는 이미 입증됐다.
달라진 것은 위험의 성격이다. 1년 전만 해도 한국 뷰티 브랜드의 유럽 사업을 볼 때는 마케팅 효율과 판매 채널 구성을 물었다. 그러나 지금 확인해야 할 항목은 그보다 좁고 구체적이다. CPNP 등록은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 책임자가 브랜드 자신의 법인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빌려 온 것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포장재 협력사가 8월 12일 전에 적합성 선언서를 내줄 수 있는지, 회원국별 EPR 등록이 실제로 몇 건이나 확보돼 있는지도 같은 무게로 확인해야 한다.
2026년 하반기, K뷰티 업계는 유럽에서 둘로 갈린다. 유럽을 수출처로만 대한 브랜드는 이 비용을 충격으로 맞고, 법인을 세운 브랜드는 사업 비용으로 흡수한다. 그 차이는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지금, 실사 현장에서 드러난다.
Sources:
식품의약품안전처, 2026년 상반기 화장품 수출 실적. 서울경제(Seoul Economic Daily), 「K-Beauty Exports Hit Record $7 Billion in First Half, US Share Tops 20%」(2026년 7월 2일): https://en.sedaily.com/markets/2026/07/02/k-beauty-exports-hit-record-7-billion-in-first-half-us
산업통상자원부, 2026년 6월 수출입 동향. 씨앤씨뉴스(CNC News), 「6월 화장품 수출 13.4억달러(+43%), 상반기 70억달러... 미국·EU·중국 등 큰 폭 성장」(2026년 7월 1일): https://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11059
코트라 브뤼셀무역관, EU 화장품 수입 점유율 및 2026년 하반기 규제 진단. 씨앤씨뉴스(CNC News), 「유럽 화장품시장, 현지 견제(소비자·기업)+규제(각국 식약처·세관) ‘이중 암초’」(2026년 7월 11일): https://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11077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 「Korea becomes world’s No. 2 cosmetics exporter as trade surplus tops $10 bil.」(2026년 5월 22일): https://www.koreatimes.co.kr/business/20260522/korea-becomes-worlds-no-2-cosmetics-exporter-as-trade-surplus-tops-10-b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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