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구조 — 한국 벤처의 다섯 층위와 해외 자본의 셈법
실리콘밸리에서 시리즈 C 라운드는 몇 주 안에 마무리된다. 서울에서 Sequoia는 개별 주주 스무 명 가까이의 동의를 받는 데 넉 달을 썼다. 그사이 한국식 계약은 글로벌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통째로 다시 짜였다. 그 넉 달이 곧 설계였다.

Saint Clair Capital · 그라운드 트루스 | 2026년 7월
핵심 요약
쿠팡 시리즈 C에서 가장 오래 걸린 건 가격도, 실사도 아니었다. 구조였다. Sequoia Capital이 들어올 때 텀시트는 몇 주 만에 끝났지만, 동의 절차에만 넉 달이 걸렸다. 당시 한국 캡테이블에는 스무 명 가까운 주주가 저마다 지분을 들고 있었고, 그 동의권은 하나같이 국내 계약 관행에 따라 주주별로 따로 행사되도록 짜여 있었다. 그러니 넉 달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스무 명의 거부권을 Sequoia의 LP가 요구하는 글로벌 신디케이트 구조에 하나씩 맞춰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 벤처의 ‘구조’란 이런 것이다. 펀드 만기, 계약 관행, 이사회 거버넌스, 규제 환경, 그리고 자본 문화. 이 다섯 층위가 서로 맞물려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한국 안에서는 그 시스템이 빈틈없이 돌아간다. 문제는 해외 기관 자본이 들어오는 순간 불거진다. 층위 하나하나가 국내용으로 짜여 있어, 그때마다 ‘전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다섯 층위는 그저 일이 돌아가는 방식일 뿐이다. 잘 짜인 체계 안에 있으면, 그 체계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한국 정책 당국도 지난 18개월 사이 이 다섯 층위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진단, 곧 이 다섯 층위가 하나의 조정된 시스템으로 맞물려 국경 간 자본에 구조적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진단은 한국 안에서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베테랑 VC 박희덕 대표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여덟 차례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이 진단을 다듬어 왔고, 2025년 9월에는 이를 국회의원들 앞에 직접 내놓았다.
정책은 다섯 층위를 짚었다. 다만 그 층위들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 작동 원리까지는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이 글 역시 해외 자본이 한국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보여줄 뿐, 해법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 답은 독자의 몫이다.
네 달
넉 달. Sequoia Capital의 쿠팡 시리즈 C가 2014년 마무리되기까지, 동의 협상에만 걸린 시간이다. 텀시트는 몇 주 만에 끝났고, 나머지가 모두 설계였다.
진입 당시 기업가치는 약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쿠팡 지분을 보유했던 한 투자자의 회고에 근거한 수치다. Sequoia를 시작으로 DST Global과 Hillhouse Capital이 뒤를 이었고, 홍콩·호주·미국·유럽의 기관 자본이 차례로 합류했다. 이들의 자본이 누적 조달 규모를 1조 원대로 끌어올렸고, 그 위에서 쿠팡은 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이후 공모 시장의 성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 모든 성공의 구조적 출발점이 이 넉 달이었다.
당시 쿠팡 지분을 들고 있던 박희덕 대표는 이 과정을 공식 석상에서 직접 설명해 왔다. Sequoia 진입 시점에 쿠팡 캡테이블에는 한국 주주가 20명 가까이 있었다. 국내 VC와 개인 투자자가 뒤섞인 구성이었다. 대다수가 한국식 주주간계약 조건으로 들어왔고, 이 계약은 주주마다 후속 라운드 동의권을 부여했다. 결국 각자가 거부권을 따로 행사하는 구조였고, 리드 투자자가 한데 모아 조율하는 방식은 애초에 한국 관행 밖이었다.
Sequoia의 기관 LP는 국제 관행에 맞는 문서가 있어야만 자본을 집행한다. 계약 구조 자체를 갈아엎어야 했고, 그러려면 기존 주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했다. 넉 달의 협상 끝에 한국식 계약은 새 기관 자본을 담을 구조로 바뀌었다. 가격이나 실사와는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실리콘밸리는 다르다. 미국 시리즈 C를 떠받치는 계약 구조는 첫 라운드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시드 단계 텀시트는 한 장짜리 SAFE인 경우가 많지만, 그 안에 이미 이사회 거버넌스와 신디케이트 구조, 권리 포기 관행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시리즈 C에 이를 무렵이면, 이전 단계가 모두 향후 기관 라운드를 내다본 골격을 따라 협상을 마친 상태다. 동의 절차가 계약 안에 처음부터 들어 있는 셈이다. 신규 자본이 며칠, 길어야 몇 주면 들어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조 자체가 그 흡수를 전제로 짜였기 때문이다.
한국식 계약은 본래 다른 목적을 위해 설계됐고, 국내에서는 그 목적을 충실히 해낸다. 그런 계약이 전환 비용을 낳는 것은, 해외 자본이 그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다.
쿠팡 거래가 성사된 건 ‘기준선 동의’라는 절충안 덕분이다. 한국 주주간계약이 겉으로 요구하던 100% 만장일치를 대신한 실무적 합의였다. 모두에게 중요한 거래라는 압박이 협상을 끌어냈다. 이 우회로가 없었다면 라운드는 무산됐을 것이다. 박 대표의 진단은 명료하다. 계약 차원에서 한국 VC는 쿠팡을 끝까지 받쳐주지 못했고, 그 빈자리를 글로벌 VC가 메웠다. 그리고 그 글로벌 자본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국이 치른 비용이, 바로 넉 달에 걸친 계약 구조의 재설계였다.
그렇다면 이 비대칭은 어디서 오는가. 미국 시리즈 C가 몇 주 만에 끝나는 건 구조가 ‘다음 라운드’를 내다보고 설계된 덕분이다. 서울 시리즈 C가 넉 달을 끄는 건 구조가 ‘직전 라운드’만 바라보고 설계된 탓이다.
다섯 층위
박 대표가 인터뷰 곳곳에서 정리한 진단은 다섯 층위로 압축된다. 한국 벤처 계약이 국제 기관 관행과 갈라지는 다섯 지점이다. 이 다섯은 서로를 떠받친다. 박 대표의 표현으로는 하나의 ‘조정 문제(coordination problem)’다. 각 층위가 나머지를 붙들어 두기 때문에, 누구도 혼자서는 한 층위를 흔들 수 없다.
첫째, 펀드 차원이 시간표를 정한다. 한국 LP 계약은 8년 만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국제 기관은 10년 이상이다. 짧은 만기는 구조 전체로 흘러내린다. 8년 차에 자본을 돌려줘야 하는 펀드는 같은 빈티지의 국제 펀드와 회수 시간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박 대표가 누적으로 비교한 바로는, 한국 모태펀드는 싱가포르 Pavilion Capital과 엇비슷한 규모를 집행해 왔다. 다만 국제 평판의 차이는 운영 관행에서 갈린다. 한국식 관행은 그 자체로는 앞뒤가 맞지만, 국제 기준과는 구조적으로 거리가 있다.
둘째, 계약 차원이 투자자 사이의 관계를 정한다. 한국식 주주간계약은 후속 라운드 동의권을 투자자마다 따로 부여한다. 그 결과 신디케이트 대신 클럽딜이 자리 잡고, 텀시트는 투자자별로 협상된다. 시리즈 B쯤이면 동의권 보유자가 10~15명에 이르고, 저마다 사실상 거부권을 쥔다. 쿠팡 시리즈 C에서는 20명 안팎이었다. 국제 관행에서는 리드 투자자의 결정이 신디케이트 전체를 묶는다. 반면 한국은 동의권을 잘게 쪼갠다. 둘 다 제 체계 안에서는 매끄럽다. 마찰은 두 체계를 맞춰야 하는 순간 터진다.
셋째, 거버넌스 차원이 투자자와 기업의 관계를 정한다. 이사회 의석은 일관되게 확보되지 않고, 기업 형성기의 관여도 공식 경로보다 비공식 채널로 흐른다. 국제 벤처의 핵심인 ‘지속적 운영 관여’가 한국에서는 약하게만 이뤄진다. 그래서 한국 VC는 시리즈 C 단계에서 발을 빼는 경우가 흔하다. 기업이 채 무르익기도 전이다. 8년 만기와 LP 평가 체계가 조기 회수를 보상하는 데다, 그 회수에 국내에서는 평판 비용이 따라붙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결정을 실리콘밸리 동급 펀드가 내렸다면 상당한 평판 부담을 졌을 것이다.
넷째, 규제 차원이 제도적 맥락을 정한다. 코스닥 상장 요건과 창업자 지분 기준은 국내 자본구조를 전제로 짜여 있다. 그 영향은 시리즈 B 이후 자금조달 패턴에 곧장 미친다. 금융위원회의 기준도 국내 시장을 겨냥한 만큼, 글로벌 투자금융 관행은 애초에 사정권 밖이다. 그 구성은 안에서 보면 빈틈이 없다. 다만 국제 자본과 맞닿는 접점은 아직 설계되지 않았다.
다섯째, 문화 차원이 가장 무거운 층위다. 한국 자본은 돈을 대는 쪽과 받는 쪽의 위계를 그대로 둔 채 움직인다. 실리콘밸리는 1970~80년대에 한 차례 변혁을 거쳤다. 자본 과잉이 부른 재조정이 창업자의 입지를 끌어올렸다. 박 대표가 모은 현장 증거로는, 한국 자본은 여전히 그 변혁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 창업자는 출발부터 대기업의 1·2차 협력사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 이미 정의해 둔 문제를 푸는 자리다. 산업자본주의의 공급망 논리가 자본의 생애 주기 전반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어떤 기업이 돈을 받고 그 돈이 어떤 계약 안에서 움직이는지, 모든 단계에 같은 가정이 깔려 있다.
다섯 층위는 이렇게 서로를 떠받친다. 펀드의 빠듯한 시간표가 계약 차원의 개별 동의 구조를 낳고, 그 구조가 거버넌스 차원의 조기 회수를 떠받친다. 그 회수는 규제 차원의 상장 제약 안에서 이뤄지고, 이 전체를 문화 차원의 관계적 태도가 맨 아래에서 지탱한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VC는 이론상 국제 신디케이트 계약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인내심은 8년 만기라는 시한 앞에서 대가를 치른다. 한국 LP는 10년 만기 비클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아래 개별 동의 구조는 그대로다. 금융위가 글로벌 표준 전담 부서를 둬도, 문화 차원의 태도만큼은 규제 권한 밖에 남는다. 결국 구조 전체는 가장 느린 층위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고, 그 가장 느린 층위가 바로 문화다. 다섯 층위를 하나로 묶어 두는 이 맞물림이야말로 구조의 핵심이다.
인식의 세 계층
이 구조는 한국 벤처 산업의 역사만큼 오래됐다. 새로운 것은 그것을 하나의 맞물린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며, 이 시선은 최근에야 등장했다. 절차 곳곳에서 생기는 마찰이야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다만 그 마찰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눈, 그것이 새롭다. 그리고 이렇게 구조를 알아보는 인식은 다시 세 계층으로 나뉜다.
첫 번째 계층은 구조적 진단을 갖춘 집단이다. 구조가 하나의 조정된 시스템이고, 다섯 층위가 맞물리며, 그 시스템이 국경 간 자본에 전환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진단이다. 정작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눈에는 이 비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박 대표는 2022년 7월부터 여덟 차례에 걸친 인터뷰와 강연으로 이 시각을 가다듬어 왔고, 2025년 9월에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를 직접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소수의 한국 실무자가 이 진단을 공유한다. 서로 이름까지 알 만큼 작은 집단이다. 이들은 대개 같은 경로로 그 진단에 다다른다. 체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거래를 직접 해보고, 그 비용을 스스로 치러 본 경험이다.
두 번째 계층은 일반적인 정책 차원의 인식이다. 한국 제도권은 지난 18개월 사이 다섯 층위의 존재와 그 비용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다만 개별 현상을 하나씩 지적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그 현상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지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 언론과 정책 담론은 이를 흔히 VC와 창업자 사이의 공정성 문제로, 곧 국내에서 누가 더 힘을 쥐느냐의 문제로 풀어낸다. 물론 그 안에도 실제 역학은 존재한다. 그러나 다섯 층위가 하나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사실, 계약 구조 전체가 하나의 조정된 시스템으로서 한국 시장과 국제 기관 자본을 어긋나게 만든다는 사실까지는 끝내 미치지 못한다. 요컨대 두 번째 계층은 다섯 층위를 발견했지만, 그 아래에서 층위들을 움직이는 작동 원리는 아직 붙들지 못했다.
세 번째 계층은 구조를 구조로 보지 않는다. 다수의 한국 창업자와 국내 VC,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기존 시스템을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움직인다. 이들에게 계약 관행은 원래 그런 것이고, 펀드 만기는 시장이 정해 둔 시간표이며, 거버넌스 태도는 몸에 밴 습관이다. 그렇게 세 번째 계층에서 구조는 끝내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남는다.
세 번째 계층이 단연 가장 크다. 두 번째 계층은 정책 발표와 정부 포럼을 통해 이 질문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제도권이며, 첫 번째 계층은 통합된 진단을 갖춘 소수의 실무자 집단이다.
여기에 국제 이해관계자라는 변수가 하나 더 겹친다. 첫 번째 계층 수준의 이해는 한국 안에서도 드물고, 해외로 나가면 더더욱 드물다.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할 분석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제대로 정리된 적 없는 한국 벤처 계약의 세부를 정확히 꿰고, 그것을 국제 기관 기준과 엄밀히 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양쪽 실무를 다 겪어봐야 한다. 구체적인 비호환 지점을 짚어내고, 그 비호환이 경계를 넘나든 자본의 성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해는 오직 현장에서만 나온다. 직접 거래를 성사시키고, 그 과정의 마찰을 몸소 겪고, 구조를 안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시장 보고서나 자문사 자료는 다섯 층위를 요약해 줄 뿐, 그 경험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런 경험을 갖춘 비(非)한국계 투자자는 드물고, 그것을 구조적 틀로 정리해 낸 이는 더욱 드물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국경 간 자본 인프라를 실제로 세우는 데까지 나아간 이는, 그중에서도 극소수다.
2025년 12월의 포럼
2025년 12월 후반, 한국 정책 당국은 보름 사이에 두 질문을 잇따라 공론장에 올렸다. 18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글로벌 표준 정합성을 정책 목표로 명시했다. 닷새 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포럼」을 발족시켰다. 박 대표가 2022년부터 공식 석상에서 정리해 온 질문들, 곧 계약 관행과 펀드 만기, 글로벌 표준 정합성을 그대로 다루는 상설 협의체다. 두 문서 모두 두 번째 계층의 산물답게 다섯 층위를 짚어낸다. 다만 그 층위들이 서로를 붙들고 놓지 않는 작동 원리까지는, 여전히 대책이 다루는 범위 밖에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분명한 제도적 변곡점이다. 한국 정책 당국이 계약 문화와 펀드 관행, 글로벌 표준 정합성을 처음으로 공식 의제에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포럼은 개혁이라기보다 ‘청취’에 가깝고, 종합대책 역시 어디까지나 틀에 머문다. 구속력 있는 수단은 그 틀이 정한 일정을 따라 뒤에 온다.
포럼이 보낸 신호는 시간을 두고 한국의 계약 관행과 펀드 만기 기준, LP 평가 체계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은 짧지 않다. 박 대표는 문화가 바뀌는 데 10년에서 20년을 내다본다. 건강한 벤처 시장을 떠받치는 신뢰의 네트워크, 곧 창업자가 VC를, VC가 제 판단을, LP가 GP를 믿는 관계가 자리 잡기까지 그만한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이 제도의 골격을 앞당길 수는 있어도, 문화는 끝내 제 속도로 움직인다.
한국 벤처 시장에 이 포럼은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2026년과 2027년에 만기를 맞는 자본에는, 제 시한을 한참 넘어선 뒷날의 이야기일 뿐이다. 포럼이 확인해 주는 것은 ‘격차’가 있다는 사실까지다. 그 격차가 왜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지, 다섯 층위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에 대한 진단은 한국 제도권의 다음 성찰 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사이에도 구조는 변함없이 돌아간다.
해외 자본이 마주하는 것
2026년 한국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유럽 LP는 8년 만기,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LP 평가 체계와 마주한다. 한국 시리즈 C에 직접 들어오려는 유럽 GP는 개별 동의권 보유자로 채워진 캡테이블과 마주한다. 2018년 빈티지 만기를 맞은 한국 기관 LP는 이전 구조를 위해 만들어진 국내 출구 인프라와 마주한다. 셋 모두 같은 것과 마주한다. 다섯 층위가 맞물린 채 설계대로 돌아가는 현실이다.
한국식 계약 구조에 들어간 자본은 그 구조가 정한 시간표대로 생애를 마친다. 본 시리즈 첫 글이 던진 질문이 여기서 다시 고개를 든다. 2027년까지 만기를 맞는 229억 달러는 어디로 갈 것인가. 국내 흡수 여력의 부족은 눈에 보이는 숫자다. 그러나 그 흡수가 일어나는 자리의 구조는 그 숫자 너머의 사실이다. 결국 계약이 관문이다. 만기 절벽에 다다른 자본은 어떤 대안을 만나기 전에 구조부터 만난다.
한국 정책의 대응은 지금 모습대로 한 세대에 걸쳐 구조를 다시 쌓는다. 한국 밖의 대응은 지금 모습대로 다른 곳을 살피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국제 기관 자본에 더 잘 맞는 계약 관행을 갖춘 다른 아시아 시장이다. 둘 다 제 논리 안에서는 합리적이다. 다만 그 격차를, 격차가 요구하는 속도로 메우는 일은 어느 쪽 사정권에도 없다. 구조가 만들어낸 이 새로운 범주를, 이번 시리즈의 다음 글들에서 이어 다룬다.
Sources:
박희덕(Park Hee-duk) 대표 인터뷰·강연 시리즈, 2022~2025년 총 8회. 지면 인터뷰: 『공감신문』(GoKorea), 2022년 7월 25일. 한국 YouTube 채널(이해, 야단법석, VC인터뷰) 영상 인터뷰. 투자자 인사이트(bkamp) YouTube 영상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경제는 민주당」 스터디 세션 강연, 2025년 9월 30일, YouTube.
박희덕 인터뷰 ‘싱가포르 해외 자본’ 섹션 — 쿠팡 시리즈 C 동의 사례 일차 참조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 2025년 12월 18일: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36553
중소벤처기업부·한국벤처투자,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포럼」 발족식, 2025년 12월 23일: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50991
쿠팡 시리즈 C 자본 구조에 관한 공개 보도 (2014년 전후).
Disclaimer: 이 글은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한다. 투자 자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About Saint Clair: 세인트 클레어(Saint Clair)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국경 간 자본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축한다. 접근이 희소한 자리에 접근을, 구조가 부재한 자리에 구조를 제안해 왔다. 2016년 이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