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int Clair Capital · 그라운드 트루스 | 2026년 2월
이 시리즈 첫 글 〈좁아지는 매수자 진영〉은 두 가지를 짚었다. 지난해 단 15곳이 전 세계 세컨더리 거래의 71%를 점유했고, 2026년 아시아 매도 물량은 그 좁아진 진영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까지가 매수 측 그림이라면, 가격 측은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집중이 곧 수렴은 아니다. 2026년 1분기 아시아 세컨더리에는 뚜렷한 가격 지점 네 개가 형성됐고, 어느 하나도 나머지를 대체하지 않는다. 사이 간격은 좁혀지기는커녕 더 벌어졌다.
실무적 귀결은 분명하다. 2026년 아시아의 매수자, 매도자, 자문사에게 ‘아시아 할인율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의미 있는 질문은 ‘특정 자산이 이 밴드의 어느 자리에 놓이며, 왜 그 자리인가’다.
네 개의 지점
지점마다 답하는 질문이 다르고, 1분기를 지나며 사이 간격은 더 벌어졌다. 배분 담당자, 매도자, 자문사가 네 지점을 동시에 봐야 하는 이유다. 2026년에 가격이 매겨지는 아시아 세컨더리 자산은 이 가운데 어느 지점에든 속할 수 있다.
Campbell Lutyens 『2025 플래시 리포트』(2026년 1월 27일 발간)는 전 세계 LP 주도 평균 할인율을 13.9%로 집계했다. 그보다 나흘 앞선 1월 23일, Freshfields는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CDH Investments 멀티에셋 CV 앵커 약정 약 5억 달러를 자문했다. NAV 7억 7,000만 달러 대비 36% 할인이었고, 올해 들어 아시아 GP 주도 가격에 가장 근접한 체결 사례다. 2월에는 우량 중국 PE 자산을 두고 40~50% 수준의 할인율이 거론됐다(Private Equity Wire 보도). 같은 달 DealStreetAsia가 보도한 Morgan Stanley Asia 컨티뉴에이션 펀드(CV)는 조건이 공개되면 네 번째 앵커가 된다.
성격은 모두 다르다. Campbell Lutyens의 13.9%는 2025년 전 세계 LP 주도 체결을 종합한 평균치다. 시장 전체를 한 줄로 압축해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CDH 앵커는 아시아 GP 주도 CV 한 건의 체결가다. 단일 국부 앵커와의 양자 협상에서 나온 가격으로, 아시아 CV 부문을 거래 단위에서 보여준다. 중국의 40~50% 밴드는 체결가가 아니라 보도된 호가다. 아직 거래되지 않은 우량 자산을 두고 브로커들이 거론하는 폭이다. Morgan Stanley Asia 준거점은 아직 공개 전이며, 조건이 공개되면 첫 범아시아 플랫폼 CV 체결가로 자리 잡는다.
분산의 이유
분산은 구조적이다. 세 가지 동인이 한 해 내내 이를 떠받친다.
첫째, 관할권별 위험 할인폭이 차별화됐다. 중국 노출분은 동남아·인도 노출분보다 더 큰 폭으로 할인되어 거래되며, 그 격차는 2025년을 지나며 더 벌어졌다. 한국 국내 지분은 한국 GP를 둘러싼 정책·세제 구조를 반영해 별도 가격대에서 거래된다. 일본의 경우 2~3분기 GP 주도 거래의 체결가가 공개되면 또 하나의 아시아 지점이 추가된다. 결국 국가별 가격 책정은 서로 다른 위험 요인에 맞춘 조정의 결과다.
둘째, CAIA 집계로는 2025년 CV가 전 세계 거래량의 43%에 달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구조부터 LP 주도 거래와 다르게 가격을 매긴다. CV는 지정 앵커, 공개 자산 목록, 단일 가격으로 짜인 협상의 산물이고, LP 주도 세컨더리는 경쟁 입찰로 체결되는 지분 포트폴리오다. 두 방식은 같은 기초 자산을 두고도 서로 다른 숫자를 내놓는다. CV가 거래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지금, 아시아 가격 논의는 LP 주도 평균 하나만으로는 정리되지 않는다.
셋째, 아시아 세컨더리 시장은 여전히 확장기다. Bain 『2026 APAC 사모투자 리포트』는 지역 세컨더리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Herbert Smith Freehills Kramer 2025년 4분기 데이터 기준 아시아 LP 주도 거래량은 약 50억 달러로, 전 세계 1,250억 달러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전 세계 PE 운용자산(AUM)에서 APAC가 차지하는 비중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확장기 시장은 가격대를 좁히지 않는다. 성숙한 시장이 가격대를 압축한다면, 성장하는 시장은 그것을 벌린다. 2026년 아시아 세컨더리는 아직 압축 단계와 거리가 멀다.
한국의 자리
한국 세컨더리 가격은 이 밴드의 다섯 번째 지점이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한국 벤처·성장 세컨더리 시장은 두 축으로 돌아간다. 첫째 축은 정책성 기관 비히클(KVIC 카브아웃, NPS 컨티뉴에이션 펀드 배분, 중소벤처기업부 프로그램)이고, 둘째 축은 비공개 프로세스에 대응하는 국내 전문 운용사다. 양쪽 모두 거래별 할인율을 공시하지 않는다. 블로터와 더벨이 1~2월에 다룬 한국 금융그룹 VC 세컨더리 링(신한·KB·우리)도 1,000억 원 이상 규모로 움직이지만, 체결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밴드의 한국 구간은 관찰이 아니라 추론에 의지한다. 합리적으로 추론하면 한국 구간은 폭넓은 범위에 놓인다. 정책성 한국 매수자는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 만큼, 가격 관행은 할인율 산정보다 체결 의무를 반영한다. 한편 한국 GP 주도 활동에 진입하는 글로벌 플랫폼 매수자는 CDH 앵커 인근에서 가격을 매기되, 한국 위험과 통화 요소를 별도로 조정한다. 비공개 프로세스를 거쳐 체결된 소수의 양자 거래는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다. 한국 GP 주도 CV가 조건을 공개하며 첫 체결에 이르거나 4월 KVIC가 2026년 하위 펀드 선정 가격 데이터를 발표하기 전까지, 한국 지점은 추정치에 머문다.
다만 단서가 있다. 네 개 지점이 구조적 논거라면, 한국의 다섯 번째 지점은 실증적 경계다.
임박한 두 거래
임박한 두 건이 네 지점 밴드를 더 벌릴지, 압축으로 돌릴지를 가른다.
라케스(La Caisse)는 퀘벡예금투자공사의 새 브랜드다. 2월에 Greenhill 자문으로 15억 달러 규모 중국 중심 PE 세컨더리 매각에 착수했고, 포트폴리오에는 HSG, Warburg Pincus, Boyu 지분이 담겼다. 거래는 1분기 내내 진행 중이며 아직 미체결이다. 체결가는 곧 2026년 중화권의 첫 국부 LP 주도 공개 준거점이 된다. 25~30% 수준에서 체결되면 보도된 중국 40~50% 밴드는 압축되고, 45% 이상이면 더 벌어진다.
Morgan Stanley Asia 컨티뉴에이션 펀드(CV)는 조건이 공개되면 2026년 첫 범아시아 플랫폼 CV 준거점이 된다. 한 지역에 머물지 않고 여러 관할권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가령 28~32%에서 체결되면 CDH 중국 앵커와 전 세계 평균 사이에 지역 중간점이 형성되며, 밴드의 중심축이 잡힌다. 더 벌어진 실적은 분산을 확증하고, 더 좁아진 실적은 수렴의 시작을 시사한다.
Ropes & Gray 『2026년 1분기 세컨더리 업데이트』는 3월 중순 발간된다. 2025년 아시아 CV 거래량 전체 데이터와, 2026년 논거를 떠받칠 첫 정량 자료를 담는다.
밴드를 다루는 법
이 밴드 앞에서 요구되는 실무 규율은 평균이 아니라 자산별 접근이다.
2026년 아시아 프로그램을 구축하거나 재조정하는 매수 측 배분 담당자라면 단일 숫자 기준을 버려야 한다. Campbell Lutyens의 13.9%를 잣대로 잡으면 아시아 CV 인수가를 잘못 매기고, 반대로 CDH 36% 앵커에 맞추면 LP 주도 지분을 잘못 매긴다. 처음부터 인수 모델 안에 하위 지역별·구조별 밴드를 설계해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①중국 CV, ②범아시아 CV, ③한국 국내, ④아시아 LP 주도 — 각각에 별도의 범위가 필요하다. 한 가지가 아니라 네 가지 인수 과제다.
2026년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매도 측 GP는 첫 매수자 미팅 전에 자사 자산이 이 밴드의 어느 구간에 놓이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구간이 매수자 풀을 정하고, 매수자 풀이 프로세스 형태를 정한다. 단일 국부 앵커가 끄는 중국 CV는 플랫폼 입찰자 셋이 붙는 범아시아 CV와 다르게 움직이고, 둘 모두 정책자금 채널을 거치는 한국 국내 LP 주도 지분과는 또 다른 결을 보인다. 결국 잘못된 구간에 맞춰 설계된 프로세스는 체결이 지연되거나 무산된다.
자문사도 마찬가지다. 중국 노출 프로세스를 전 세계 LP 주도 평균에 맞춰 포지셔닝하면 매수자 풀이 치르지 않을 할인율을 매도자만 기대하게 되고, 한국 국내 프로세스를 CDH 앵커에 맞춰 포지셔닝하면 통하지 않을 가격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따라서 2026년 자문사의 첫 분석 과제는, 자산이 이 밴드의 어느 지점에 놓일지를 판별하는 일이다.
2026년 1분기에 그어진 네 지점 구조는, 올 한 해 아시아 세컨더리 가격의 윤곽 그 자체다. Bain APAC 데이터와 Ropes & Gray 1분기 업데이트의 흐름이 유지된다면 2027년까지 이어진다. 수렴은 가능하다. 다만 분석으로 정리되지 않으며, 체결 실적이 누적될 때 비로소 온다. 라케스, Morgan Stanley Asia, 첫 공개 일본 GP 주도 거래, 첫 한국 체결 준거점 — 이들이 모두 더 좁은 범위에서 체결될 때라야 밴드는 좁아진다. 지금의 아시아 세컨더리 시장은 그런 단계에 있지 않다.
매수 측의 집중, 가격 측의 분산. 같은 시장 환경의 서로 다른 면이다. 둘 모두를 인수·가격·프로세스 설계에 반영하는 배분 담당자, 매도자, 자문사만이 체결에 이른다. 단일 숫자에 매달려 2022년식 경쟁장을 기다리는 매도자에게, 2026년은 두 전제가 동시에 무너지는 해다.
그라운드 트루스: 세컨더리 · 2026 시리즈 제2편. 〈좁아지는 매수자 진영〉(2026년 1월)에 이은 두 번째 글.
참고자료
Campbell Lutyens, 2025 Secondaries Market Flash Report (2026년 1월 27일)
Freshfields / ION Analytics, ADIA anchor investment in CDH multi-asset CV (2026년 1월 23일)
Private Equity Wire, China PE secondaries set to accelerate on discounted valuations (2026년 2월)
DealStreetAsia, Morgan Stanley Asia PE secondary fund (2026년 2월)
Private Equity Insights / Benefits and Pensions Monitor, La Caisse USD 1.5bn China PE secondary (2026년 2월)
CAIA, Continuation Vehicle Boom: Structural Shift or Liquidity Patch (2026년 2월 11일)
Bain & Company, Asia-Pacific Private Equity Report 2026 (2026년 2월)
블로터 / 더벨, Korean financial-group VC secondary rings (2026년 1~2월)
Herbert Smith Freehills Kramer, Asia private capital Q4 2025 data and trends (2026년 1분기)
고지: 본 글은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한다. 투자 자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의사결정은 독자적 조사와 자격을 갖춘 자문가의 상담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잇클레어 소개: 사잇클레어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 국경 간 자본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축한다. 접근이 희소한 곳에 접근을 제안하고, 구조가 부재한 곳에 구조를 만든다. 2016년 이래로.
